다담디자인은 우리나라 디자인 전문회사 가운데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디뎠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1000만 대라는 초유의 판매 기록을 세운 휴대폰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다담디자인은 이 같은 명성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동시에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에디터 / 김의경
다담디자인은 1992년 출범 이후 해외 진출에 대한 오랜 준비 끝에 설립 8년 만인 2000년에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디자인 회사들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2002년 무렵이니 이들보다 몇 년 앞서 중국 시장 개척의 길을 닦은 셈이다. 정우형 대표는 외국 디자인 회사와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LG전자 재직 시절부터 왜 우리나라에는 국제적인 디자인 전문회사가 없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담디자인은 설립 초기부터 국내 클라이언트 확보에 급급하기보다는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나갔다.
선행 디자인 전략으로 중국 시장 공략
다담디자인은 중국 시장 진출에 자발성이나 적극성 면에서 남달랐다. 디자인 못지않게 디자인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졌다. 앉아서 클라이언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담디자인의 이름과 디자인 능력을 알릴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구상했다. 당장 디자인을 팔겠다는 성급한 마음을 접고 다담디자인의 컨설팅 서비스를 소개하는 전시행사를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난징 등 중국 전역에서 열었다. 다담의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예상 클라이언트를 불러 모아 대대적인 디자인 콘섭트 소개 행사를 가진 것이다.
여기에는 '선행 디자인' 전략이 함께했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받은 제품에 대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기업ㅇ레 적합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선행 디자인 전략은 다담 디자인이 이미 1994년부터 국내에서 시험한 방식이었다. 그때만 해도 국내 클라이언트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전략적 마인드가 부재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는 중국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의 흐름과 경향을 앞서 분석하고 해당 클라이언트의 제품 성향에 맞춘 선행 디자인 전략은 예상대로 중국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선행 디자인은 단순히 시간적으로 '미리' 디자인을 해둔다는 의미보다는 향후 지배할 트렌드와 시장의 요구를 예상하고 1,2년 후에 히트할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 해당 기업에 제시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이며 적극적인 의미가 강하다. 다담디자인은 중국의 마케팅회사와 협력을 통해 입수한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한 선행 디자인으로 중국 기업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히트 상품 디자인 회사로 강한 인상 남겨
다담디자인은 '디렉션'사의 컴퓨터 모니터 디자인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다담디자인이 디자인한 디렉션의 모니터가 유럽에 수출되어 2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 첫 인연을 계기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담디자인이 중국에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아모이 소닉을 통해서였다. 당시 오디오에서 휴대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던 아모이 소닉이 다담디자인의 휴대폰 선행 디자인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2001년에 디자인되어 이듬해 판매된 첫 모델 'A8'이 무려 10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어 다담디자인이 디자인한 두 번째 모델인 'A6'도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으며 그 덕분에 아모이 소닉은 신규 사업에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제조업계 10위권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서 팬더의 프리미엄급 휴대폰 디자인을 하면서 다담디자인의 디자인 수출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특히 팬더의 GM800 모델은 당시 최고가의 모델로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의 휴대폰이 3천~4천원(한화 약 36만~48만원)대였던 데 반해 이 모델은 1만원(한화 약 1백 20만원)으로 중국 내 해외 수입 업체의 휴대폰 보다 더 비쌌다. 이 모델로 팬더는 기존의 저가 이미지를 씻고 고급 브랜드로 중국인들에게 각인될수 있었다.
중국과 미국에 현지 디자인사무소 설립
현재 다담디자인은 중국의 로컬 기업보다 글로벌 기업을 겨냥하여 휴대폰을 중심으로 노트북과 모니터, 텔리비전, 그리고 소형 가전 제품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많다 보니 중국에서의 왕성한 활동은 다담디자인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필립스, 지멘스, 인텔 등의 기업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제품 디자인을 의뢰할 회사를 물색하던 중 다담디자인의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다담디자인은 더 적극적인 해외 횔동을 위해 중국과 미국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중국 사무소는 마케팅 위주로, 미국 사무소는 비지니스 매니지먼트를 주로 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다담디자인을 찾는 이유는 완성도 있는 유니크한 디자인 때문이라고 한다. 다담디자인의 손을 거친 제품은 목표 대비 2~3배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느끼는 만족도 또한 높다. 아모이 신화를 기억하는 많은 기업들이 그 신화의 재현을 기대하면서 다담디자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중국을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다담디자인은 지난해 매출 34억 원 중 20억여 원을 외국에서 벌어들였다. 그 가운데 선행 디자인이 20% 가량 차지한다. 선행 디자인에 매출의 약 20%를 투자하지만 프로모션 효과나 컨설팅 면에서 거둘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더 크다. 우리나라에도 글로벌한 디자인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출발한 다담디자인은 이제 목적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앞으로 우리 디자이너들이 해외 각지에서 활동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세계적인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담디자인은 다담마이크로시스템, 다담모델링 등 6개의 전문업체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디자인 수출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월간디자인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