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미지전략으로 승부하라 - 1
상품과 이미지
지난 호에서 우리는 기업이미지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살펴보면서 기업이미지관리 프로그램인 C.I.에는 기업 활동의 핵심인 상품에 대한 전략이 제외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상품은 기업의 경제활동을 결정짓는 결과물로서 기업과 소비자간의 실질적인 관계를 형성시켜 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기업이미지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행동에 대한 많은 분석자료를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 할 만한 것이 소비자의 상품선택을 위한 일차적인 결정은 상품을 접하는 순간(불과 5-10초 내)에 결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성능, 기능, 안전성 등의 비교분석에 의한 최종 결정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은 일차적인 선택단계에서의 선택여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일차적인 선정에서는 그 상품이 갖는 많은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보는 순간 느껴지는 이미지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상품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기업간의 기술력 차이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어필될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감성과 기호성에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과 그 기업이 갖는 철학과 윤리를 바탕으로 하는 신뢰성 정도가 중요하게 작용된다. 이러한 개념들은 상품자체가 갖는 상대적인 차별우위성과 함께 5감으로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이미지’로 강하게 표출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상품을 통해 ‘그 어떤 이미지’에 의한 감동과 만족감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과거와 같이 하나의 상품을 히트시켰다고 해서 기업의 이미지가 구축되고 발전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판매하고 있는 모든 상품들로부터 형성되어지는 이미지와 함께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상품이미지는 전략적으로 개발되고 관리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기업의 모든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항상 동질(同質)의 이미지로 전달됨으로써 상품의 판매효과 및 기업의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한 상품이미지전략을 Product Identity Program 또는 Product Image Program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략의 추진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품에 붙어 있는 브랜드를 가린 후 그 상품이 어느 기업의 것인지가 쉽게 확인된다면 일단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브라운, 코카콜라, 벤츠, 나이키, 타파웨어, 레고, 제록스, 맥도널드 등등 세계적인 브랜드 상품들은 보는 순간 어느 기업의 상품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편, 우리의 상품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브랜드를 가리고 보면, 어느 것이 어느 회사 상품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점을 볼 때 아쉬움이 남는다.
상품이미지전략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방안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모든 상품의 이미지를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 전략 하에 동일하게 적용시키는 방안과 상품의 특성을 우선 반영하되 전체적으로는 동질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브라운, B&O, 벤츠, 코카콜라, 베네통 등의 상품들을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세련미는 더해져 가고 있지만 기업이 갖는 기본적인 이미지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와 같이 하나의 이미지로 시장에서의 차별성을 가장 우선하는 전략이 이미지 통일화전략으로서 'Same Look'의 개념을 갖는다. 단일 상품 군을 생산하는 유럽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이 전략은 기대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발전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는 다른 또 하나의 방법인 이미지 동질화전략이란 한 가정의 식구, 즉 부모와 자식들은 생김새와 성격이 달라도 어딘가 공통적인 요소를 갖기 때문에 한 가족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는 이치와 같은 전략으로서 'Family Look'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각각의 상품 특성을 강조할 수 있고, 시대적인 성향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으면서도 동질의 이미지가 표출될 수 있는 유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필립스, 소니, 나이키, 노키아 등과 같은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이 전략은 다양한 상품 군을 생산하는 기업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동질의 이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 내 임직원들의 명확한 콘센서스가 뒷받침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전략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비용과 노력은 물론, 시장에서의 누적된 시너지 효과가 발생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사업환경을 고려할 때 그 어려움은 더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사업의 안정과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사업초기부터 이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과 상품개발, 그리고 디자인의 문제는 경영자의 마인드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디자인 전문가로부터의 충분한 조언을 받아가면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전략과 방침에 대한 교육을 통해 모두가 같은 마인드를 갖도록 배려해야 한다.
상품이미지전략은 디자인개발 프로그램에서 개발되어지고 관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개발을 아웃소싱하는 방법에 따라 상품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전문회사를 선정하여 장기간 지속적으로 개발을 의뢰하는 경우에는 계약 초기부터 상품이미지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협의를 우선 진행하고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1년 정도의 단위로 변화된 시장상황에 따른 전략에 대한 효과를 검증하고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해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품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상품별로 별도의 전문회사와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전문회사의 특성에 따라 이미지관리가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미지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에 입각한 디자인개발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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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제록스의 복사기 “Xerox 250” 디자인개발 사례
사진은 1997년도에 개발한 코리아제록스의 Xerox 250이라는 모델이다. 코리아제록스는 일본의 후지제록스사와 관련이 깊은 회사이다. 1991년도에 국내최초의 자체모델이 개발되었는데 이 때부터 디자인개발을 담당하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당시에 디자인 개발을 진행하면서 디자인결정 단계에 이르자 후지제록스로부터의 디자인 안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게 되어 자료를 챙겨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동경에서 약 2시간정도의 거리에 있는 후지제록스 본사에서 후지제록스의 디자이너들과 협의가 시작되었다. 테이블 위에 백과사전 두께의 화일을 앞에 두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의 표정과 함께 저 화일이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화일이 펼치면서부터 다소 반전되기 시작하였다. 그 문제의 화일은 다름이 아니라 Product Identity Program Manual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전에 P.I.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매뉴얼 형태의 자세한 자료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개념적인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화일에는 아주 자세한 부위까지 적용되어져야 하는 기준들이 빽빽하게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들면, 복사기를 사용할 때에 사용자가 만져야하는 부위와 서비스 맨이 만져야 하는 부위를 색상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고, 조작부위에도 시작버튼과 정지버튼 등 모든 기능에 대한 위치, 크기, 색상 등이 정확하게 나타나있는 것이다. 심지어 복사용지를 넣는 서랍의 손잡이 형태까지 미리 정해 놓고 있을 정도였다. 무언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위의 사진에 있는 모델의 디자인을 개발했던 시점은 7,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번에는 매뉴얼 내용을 확인한 후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매뉴얼의 내용들이 계속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준에 대한 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부분적인 형태와 색상, 구조 등이 시대에 맞게 계속 수정, 보완되고 있었으며, 과도기적인 상품의 경우에도 어떻게 대처한다라는 내용들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음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이 같은 관리 방식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화 된 제록스상품의 효과적인 이미지관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무 기기는 인간공학적인 배려가 우선되어져야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더욱 효과가 커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러한 방식이 모든 상품과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상품의 특성에 따른 우리만의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며, 지속적이고 쳬계적인 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