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상품, 디자인 품질로 승부하라.
최근 IMF상황을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작년보다 눈에 띠게 디자인개발 의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수출용 상품의 개발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우리는 수출을 통해서만이 경제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절대절명의 조건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수출용 상품의 디자인개발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륙별, 지역별, 인종별로 환경, 문화, 기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선호도 또한 큰 차이가 있으며 규격과 안전은 물론 환경규제 내용까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또한 바이어로부터 요구되는 디자인이 각양각색으로서 바이어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변화를 연출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며 다양한 부품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세계시장이 단일화되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해야만 하며 높은 품질의 디자인이 아니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되는 상품의 디자인은 다양성과 높은 품질 모두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수출용 상품은 각 지역별로 차별화 된 디자인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개발비 부담 때문에 디자인과 부품을 공용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들의 특징이다. 자기상표부착방식을 채택한다면 보다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의 상품들은 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무언가 다른 방식의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세계시장을 목표로 개발하는 상품의 디자인은 어떻게 개발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세계시장을 블록으로 나누어 순차적인 개발을 추진하라.
세계시장은 하나의 상권으로 변해 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지역시장에 근거하여 발전될 것이다. 즉, 유럽,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대륙)적인 구분으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세게인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World Wide 개념의 디자인개발이 가장 경제적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대륙별로 디자인을 관리하는 것이 2차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륙별로 순차적인 마케팅전략을 펼쳐가며 그에 따른 디자인개발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미주지역을 1차 목표시장으로 꼽고 있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나, 단일시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나름대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주시장에서의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물론 상품에 따라 대상지역은 달라질 수 있다. 어쨌든, 1차 목표시장에서의 자금과 경영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 제2의 지역시장을 목표로 추가 개발하는 것이 안전하며 시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다소의 여유를 갖고 충실한 디자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둘째, 품질로 승부 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라.
세계적인 명품이나 히트상품의 디자인 공통점은 상품의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디자인을 개발할 때 항상 차별성만을 주문하고 있으며, 유행성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이러한 주문을 수용하는 경우 대부분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추가 개발비용의 부담을 가중시키게된다. 우리의 페이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차별성만을 강조한 페이저디자인은 라이프사이클을 3개월 이내로 단축시켰으며 국내에서의 소비만 다소 발생시켰을 뿐 수출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우리가 종주국이 된 MP3 Player도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기본에 충실하여 유행적인 가벼움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시킬 때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늘리고 개발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세계인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상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계시장의 디자인 원류를 찾아라.
디자인은 20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본격화되었다. 파리박람회를 기점으로 발전된 디자인은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어 미주지역, 아시아지역으로 보급되어 왔으며 지금까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 반도국들 중심으로 디자인산업의 리더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상품들 대부분이 유럽시장에서는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특히, 가전제품, 조명등, 가구, 주방용품, 유리, 도자기, 금속제품, 시계, 무기류 등등의 제품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추세는 절대적이다.
유럽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갖고 인접해 있으며 오래 전부터 숱한 전쟁과 함께 군주제도를 중심으로 발전된 문화적 특성과 백야현상, 높은 산맥, 북극기후 등의 자연조건하에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조건들은 많은 성을 축조케 하였으며 생활의 대부분이 폐쇄된 공간과 실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실내에서 사용되는 상품들의 최상품들은 모두 유럽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유럽시장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한다. 따라서 World Wide Market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은 유럽지향의 디자인을 개발, 적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 최고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니다. 앞으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넷째, 신상품일수록 젊은 신세대가 수용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활용하라.
「New Objects, New Media, Old Walls」. 이것은 첨단기술을 전통적인 가치와 접목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는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상품개발 전략으로서 세계적인 규모의 어느 유럽의 전기, 전자메이커의 핵심전략이다. 미래 상황에 대한 확언은 할 수 없지만,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는데 있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회, 문화, 환경, 기술 등의 파격적인 변화는 희망과 함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새로운 기술에 의해 태어나는 새로운 기능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태도라는 것은 상품 자체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물건과의 연계성(Man-Machine Interface)’과 상품개발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앞으로 상품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요소는 Electronics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품의 부가가치는 디자인에 의해서 판가름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디자인은 상품과 사용환경에 의해 결정되므로 문화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Cultural Identity」라는 슬로건이 21세기의 상품 개발 방향을 명확히 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새로운 문화는 전세계적으로 동질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진다. 젊은 층은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고 수용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목표로 하는 신상품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대에서 30대 중심의 이들은 현재, 새로운 시장 형성의 리더이며 미래의 가장 큰 잠재수요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목표로 하는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다면 전세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을 수 있는 방법도 가능한 것이다.
다섯째, 풍부한 경험이 있는 상품디자인전문회사를 적극 활용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디자인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정상적인 투자보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신중하고도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고 오랜 고민 끝에 최선을 다해도 그 성공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상품디자인개발 경험이 풍부한 전문회사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적절한 투자를 해야만 한다. 디자인개발 비용을 기준 하여 전문회사를 선정하는 우리의 잘못된 관습은 결국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로 부메랑 효과처럼 기업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개발초기의 적은 비용 절감이 결과적으로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큰 액수의 손해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에게 세계적인 상품이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서부터 기인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우리에게 누드(See Through)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imac의 디자인은 많은 개발비와 함께 장기간에 걸친 고민과 시행착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만한 대가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히트상품의 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투명한 재료만 사용하면 된다고 오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흉내만 내면 된다고 하는 얄팍한 상술에만 의존한 결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개념 하에 개발되는 상품이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정상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것만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으며 그 길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그 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