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 감성 !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산업디자인은 산업혁명 이후 눈부신 활약을 보여 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내에 가장 큰 발전을 이룩하였던 20세기는 급속한 기술 발전에 의해 산업디자인은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임으로써 생활의 윤택함을 제공할 수 있었다. 국내도 625사변 이후 많은 디자이너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디자이너의 역할을 수행해온 결과 오늘날과 같은 국가발전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의 산업디자인계는 정부의 산업디자인 지원시책 수립과 통상산업부의 산업디자인과 신설, 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의 활동, 기업과 학계의 맹활약 등에 힘입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산업디자인 발전의 중요한 길목에서 미래의 산업디자인 발전목표와 방법에 대한 자신감 넘친 내용들을 많이 보고 듣는다. 그러나 우리 디자이너들은 항상 마음 한켠에 항상 공허함과 불안감이 남아 있게 되는데, 그것은 전통과 뿌리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산업디자인에 대한 우리 독자적인 이념과 방법의 부재때문은 아닐까.
얼마전 주방용 그릇의 디자인 개발을 위한 R&D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의 디자인 컨셉을 우리의 전통적인 그릇의 이미지를 현대화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주방 용품의 발전사를 알아보기 위하여 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연대별로 분석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조 말기부터 60년대까지 우리의 것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60년대 이후 우리의 밥그릇, 대접, 수저등이 곧바로 서양의 것으로 둔갑하고만 결과는 우리를 어떤 불안감 속으로 밀어 넣었으며, 우리가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이렇듯 역사의 단절과 함께 많은 불행의 씨앗이 되었던 전쟁은 반세기 동안 우리 모습을 거의 지워버리고 말있다. 그러다가 60년대 이후 경제발전 5개년 등의 정부시책으로 개방화와 함께 수출을 중심으로한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힘과 여유를 가져다 주었으며, 산업디자인 역시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우리의 공허함과 불안감이 숨어 있다. 모든 현대적인 상품이 그러하듯이 산업디자인 역시 서양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했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선진 내용들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한 것이다.
산업혁명의 발원지였던 유럽과 산업화에성공한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현대 문물은 자유 경쟁체제에서는 독점과 선점이라는 자연스러운 상황하에 엄청난 발전을 이룩헐 수있었다. 그 결과 선진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그러한 문물을 수입하기 급급하였으며, 외적인 부분부터 서서히 서구화 되어가기 시작하였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상품과 디자인 개념 역시 서구적인 가치기준하에서 발전하여 왔음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디자인은 사회, 정치, 문화, 경제, 국민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의 대열에 발맞추고자 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 볼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임을 자칭하는 모토로라도 페이징 사업부 디자인실을 국내에 별도의 법인형식으로 입성시켰으며, 많은 외국 기업이 우리의 상황에 맞는 디자인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수있듯이 국내시장은 우리만이 갖는 독창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우리는 불과 30년만에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시켰으며,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다는 것은 급하게 서둘러 온 것으로 그 중심이 약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된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의 경우 그동안 산업디자인을 포함한 연구개발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여 왔기 때문에 단기간내에 만회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당연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상품을 누가 먼저 수입하느냐 아니면, 누가 먼저 모방하여 출시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기준이 되었고, 시장 경쟁우위만을 목표로 하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 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단축되고 생활자의 가치관을 혼란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환경공해를 유발한다. 이것은 기업에게 짧은 기간내에 신상품 개발해야 하는 압박으로 이어지는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는 부메랑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국내의 산업디자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차별화를 위한 방안으로 인식되었고, 기업은 디자인을 이용한 단기적인 이미지 효과만을 목표로 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속에서 세기말 현상이란 좌충우돌하는 혼란 속에서 급속한 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발전이 이루어지는 특성으로 이해한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현실이 바로 세기말 현상속에 놓여져 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태풍의 눈이 고요하듯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큰 면화속에 있는 우리는 별로 실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몇십배 아니 몇백배에 이르는 무엇인가가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디지틀 혁명인 것이다.
디지틀 기술은 아주 작고 섬세하지만 그 기숳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20세기 산업이 제공해 준 가정, 사회, 문화, 여가, 생활 환경등 모든 국면에 걸쳐 완전한 변화를 제공하게 된다. 즉, 현재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완벽에 가깝게 해결지워줄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이해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의 안전과 윤택함을 가져다준 혜택은 실로 대단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산업기술의 장점만을 응시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점차 그 단점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는데, 첫 번째가 우리의 생활과 의식을 일방적인 개념으로 치부하고, 개인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의 한 예로서 가정의 구조를 보면, 개인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위가 우선되어 구성되었기 때문에 TV보고, 식사하고,잠을 자고, 책을 보려면 각각 정해진 위치(공간)로 모두가 움직여만 한다. 각 공간에 있는 상품들도 다수의 공동소유물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